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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의원 배제는 총선 통해 레임덕 불인정 메시지… 영호남 물갈이 가능성 높아져”

입력 2015-09-11 00:25

 

[여의춘추-김명호] ‘박근혜 총선 정치’ 시작됐다 기사의 사진
‘경상도 국회의원은 동메달, 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이라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등수 차이를 뒀다는 점에서 맞지만 동메달씩이나 줬다는 점에서는 틀리다. 새누리당 영남 의원들이나 새정치민주연합 호남 의원들은 메달권에도 못 드는 등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정치 현실의 문제다. 그들에게는 ‘공천=당선’이어서 당내 정치가 선거의 처음이자 끝이다. 내년 총선에도 달라질 여지는 없다.
 
그런 지역에 박근혜 대통령이 의도적이고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7일 대구 국회의원 전원(새누리당 12명)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시 업무보고에 초청받지 못했다. “(행사)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청와대 설명은 그냥 한 귀로 흘려버려도 된다. 그리고 보란 듯이 총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대구 출신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들을 배석시켰다. 이틀 후 인천 행사에는 지역구 의원 전원이 초청됐다. 대구 행사는 여권 내에서 ‘박근혜 정치’가 공개적으로 시작됐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른바 ‘유승민 사태’는 박근혜식 정치가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가 됐다. 당시 친박 핵심 의원은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건 그렇다 치더라도 국회 대표연설에서 나타난 유 의원의 경제관 그리고 대통령 공약에 대해 공격한 것은 우리(친박)에게 충격적이었다. 이러면 같이 가기 곤란한 것 아닌가는 의견이 많았다.” 대통령의 생각을 전한 것으로 들렸다. 그런데 많은 대구 의원들이 유 의원의 시각에 동조했었다. 유승민 사태 이후 슬금슬금 퍼져나가던 대구 의원들의 ‘공천 탈락 공포감’은 이번 행사로 현실화돼가는 듯하다. 박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한 최소한 TK지역에서는 공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물갈이론은 현실적인 설득력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여권의 정치 지형이 요동칠 수 있다. 청와대가 공천에 영향력을 사실상 행사할 경우 김 대표가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는 오픈프라이머리 제도와 충돌한다. 청와대 인사들은 일찌감치 이 제도를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를 완전 배제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봤다. 박 대통령은 정치 스타일상 레임덕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확고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년 총선은 박 대통령에게 정치 생명을 걸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니 공천 과정에서의 김 대표 태도가 여권 지형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공천 탈락한 후보들의 집단 움직임이 있을 수 있고, 그럴 경우 여권 내 분화도 이뤄질 수 있다.  

박근혜 정치는 결과적으로 영호남 전체의 물갈이를 현실화할 수 있다.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했었다. 이런 움직임이 TK지역에서 일어나면 자연히 국민들의 시선은 호남으로 향한다. 이미 호남 물갈이론은 야권 내에서 제기됐다. 선거 때 물갈이론은 식상은 하지만 늘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촉발시킨다. 때때로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기는 하지만 변화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인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은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박근혜 정치는 이 대목을 파고든다. 옳고 그름은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성공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엄청난 비난과 역공도 받을 것이다. 그래도 베팅을 하라면 박 대통령이 그런 시도를 할 것이라는 데 걸겠다. 지금까지 그의 정치적 언행을 볼 때 그렇게 할 것이다. 대구 행사는 그런 뜻을 내보인 의도적이고 분명한 정치적 행동이었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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