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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개발원조와 새마을운동

신좌섭 | 서울대 의대 교수·의학교육학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간 중 새마을운동을 개발도상국 ‘발전의 모델’로 전 세계에 보급하겠다고 선언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산불처럼 새마을운동이 번지고 있다”고 화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새마을운동을 ‘성장의 묘약’처럼 포장해 개발도상국에 전수하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새마을운동이 우리나라 개발원조자금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개발도상국들이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고속 성장을 닮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열망의 틈새를 파고들어 새마을운동을 기적의 묘약으로 전파해왔고 이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이다. 부친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박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를 책임지고 있는 반기문 총장마저 동조하는 모습에는 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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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후 신생독립국가 중에서 원조를 받던 입장에서 원조를 주는 입장이 된 드문 사례다. 개발원조에서 한국이 갖고 있는 장점은 사실 여기에 있다. 첫째, 받아봤기 때문에 받는 자의 입장에서 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짧은 기간의 압축 성장 때문에 개발과정과 그 결과가 한 세대의 경험에 녹아 있어서 ‘과정과 결과’를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받았던 경험, 그리고 성장과 발전 과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새마을운동만 놓고 보더라도 개발독재와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커뮤니티 개발모델로서의 장단점, 그것이 성공한 마을과 실패한 마을의 비교분석 등을 거쳐야만 개발도상국에 모델로 수출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독재와 개발의 상관관계에 대한 오해다. 실제로 라오스나 미얀마 등 개발도상국의 지식인들은 ‘발전을 위해 독재는 필요악이다. 한국을 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그래서 우리는 독배(毒杯)를 마셨다’고 답을 하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우리가 개발과정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경제동물이 되어버린 시민성, 끝도 모르는 무한경쟁, 도덕성의 궤멸, 전통의 몰락, 세계 1위의 자살률 같은 부작용들을 냉철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발전을 위해 독재가 필요악’이라는 오해는 일부 개발도상국의 군부에 독재의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새마을운동 전에도 커뮤니티 개발모델은 존재했다. ‘억압받은 자들을 위한 교육’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파울로 프레이리의 민중해방모델, 대규모 참사를 겪은 지역사회를 위한 치유모델, 낙수효과를 노리는 경제발전모델 등 많은 모델들이 있어왔고, 가장 각광받는 모델은 밑으로부터의 주민의 자발적 참여,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협력 증진, 인간적 자유의 확장, 지속가능한 환경보존, 정신-영적 세계의 고양, 경제발전 등을 모두 고려하는 생태계모델이다.

생태계모델에 비교한다면 새마을운동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것은 위로부터의 동원에 의한, 전시 위주의 모델이었으며, 인센티브를 통해 주민의 분열을 조장하고 전통문화의 급속한 붕괴를 초래한, 참으로 깊이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모델이다. 새마을운동에는 위로부터 ‘동원’으로 국민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고, 새로운 문화를 옮겨 이식할 수 있다는 사고, 전통에 대한 배척과 부정의 사고가 숨겨져 있다. 이 때문에 광인, 걸인까지 함께 보듬고 살던 두레마을에는 경쟁과 배척, 한 치의 여유도 없는 ‘빨리빨리’의 문화가 자리 잡았다.

개발도상국에 성장과 발전은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발전(human development)이 첫째이자 중심에 서야 하며, 인간발전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장, 밑으로부터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또한 우리의 경험을 돌이켜볼 때, ‘무엇을 버리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통찰로부터 개발은 시작돼야 한다. 발전과정에서 우리가 잃은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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