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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죽음
김 정 남 (언론인)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시리다. 망한 나라는 그들의 존엄과 인권을 지켜주지 못했고, 해방된 조국은 그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했으며, 오늘의 대한민국도 그들의 한을 풀어드리지 못하고 있다. 한을 가슴에 품은 채 그분들이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이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며칠 앞두고(8월 9일) 일본 위안부 피해자 박유년 할머니가 미국에 있는 아들네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1922년 경남에서 태어나 일본군 간호원으로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일본인을 따라 중국 관동까지 가게 되었고, 관동과 싱가포르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다가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왔으나 집에도 머무르지 못한 채 타향을 겉돌며 힘들게 생활해 왔다. 박 할머니의 별세로 2005년부터 일본 정부에 공식 사과를 요청하던 129명의 피해자 가운데 이제 47명만이 남았다. 올해 들어서만 아홉 분이 세상을 떠났다. 남아있는 분들도 모두가 고령이어서 언제 유명을 달리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금년은 한일협정 50주년을 맞는 해였다. 그러나 한일협정은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였다. 한일협정을 주도한 박정희, 김종필에게 제대로 된 역사의식이나 민족의 자존이 있을 리 없었고, 일본 측 역시 제국주의의 연장선 위에 있는 정부가 주도한 결과였다. 당시 소장 역사학자였던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교수가 참여한 일본 ‘역사가들의 모임’에서 발표한 성명은 “현재 일한 조약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정부는 일본제국주의의 조선 지배를 긍정하고 있다. 여기에 이 조약이 가진 제국주의적 성격의 근거가 있다”고 하고 있다.

  양측 당사자의 역사 인식이 이렇다 보니,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 2조에서 “1910년 8월 22일(병합조약)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을사늑약 등)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기묘한 야합문서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미’라는 표현으로 일본은 한국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책임을 비껴갔다. 뿐만 아니라 청구권협정 제2조항에서 “(청구권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후 일본 측은 위안부 문제 배상문제 등에 이 조항을 금과옥조처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나는 이 참에 사과와 배상문제를 분리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사과를 받는 것이 먼저고 급하다. 돈 문제는 언제나 사람을 구차하게 만든다. 이미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분리해서 대응했던 경험이 있다. 그해 3월 13일, 김영삼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종군위안부 문제와 관련, 정부차원에서는 일본에 대해 물질적 보상을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분들의 생활대책은 정부에서 마련하자. 그 대신 일본 측은 종군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세상에 밝히고, 역사와 인류 앞에 일본군이 저지른 죄과를 사죄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도덕적 우위를 가지고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에 접근하도록 하라”고 한 것이 보도되자, 그것이 일본 조야(朝野)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한국 외교관들은 일본에서 한껏 어깨를 펼 수 있었다.

사과와 배상을 분리해야

  이와 함께 나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단순한 한일간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인간의 존엄과 여성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세계 전 인류의 양심과 정의에 호소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형식적인 사과보다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사죄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방향전환은 “용맹과감으로서 구오(舊誤)를 곽정하고 진정한 이해와 동정에 기본한 우호적 신국면을 타개함이 피차간 원화소복(遠禍召福)하는 첩경”이라는 기미 3·1 독립선언의 정신과도 부합된다.

  그 방법의 하나로 나는 평화의 소녀상 또는 기림비 건립운동을 범세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2011년 12월 4일,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 10대 소녀상을 세운 뒤를 이어 지금도 전국 각지에 소녀상이 다투어 건립되고 있다.

  이들 소녀상이 국내에서 역사와 인권 교육의 장이자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는 한편으로 해외에서도 소녀상과 기림비 건립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한 기념비에는 “2차 대전 당시 일본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성노예로 강요당한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출신의 수십만 여성과 소녀들을 추모하며”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2015년 9월 22일에는 샌프란시스코 시의회가 위안부 소녀상 건립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약 20여 명의 생존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서도 중국판 위안부 소녀상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와 아울러 두 번 다시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시 여성을 성노예화시킨 일본군의 인류사적 범죄행위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운동을 온 세계가 연대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위안부 할머니가 더 생존해 있을 때, 일본 측의 진정어린 사죄의 말을 그분들께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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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정남
· 언론인
· 前 평화신문 편집국장
· 前 민주일보 논설위원
· 前 대통령비서실 교문사회수석비서관

· 저서
〈이 사람을 보라 -어둠의 시대를 밝힌 사람들-〉두레, 2012
〈진실, 광장에 서다 -민주화운동 30년의 역정-〉창작과 비평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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