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생각 |
강 명 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
칠순 할머니가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깨친 뒤 간판을 읽고 은행을 다니고, 자식들의 편지를 읽고 일기를 쓴다. 새롭게 보이는 세상에 감격한 나머지 쏟는 그분들의 눈물을 보고, 교육이 무지로부터의 해방이자 자유란 것을 절감한다. 보통 교육이란 명사가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교육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지 않았다. 곧 전근대사회에서는 극소수 사족 남성만이 선생님 앞에서 책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가 문맹이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교과서 지식, 어느새 내 머릿속에 굳어 모든 사람이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은 국민국가 성립 이후다. 제도화된 의무교육이란 것이 생긴 것이다. 대한민국으로 말하자면, 중학교까지가 의무교육이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기에 고등학교도 사실상 의무교육인 셈이다. 의무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한편으로는 국가가 교육을 강제한다는 문제가 있다. 요컨대 의무교육은 국가권력의 강제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뒤집어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학교에 다니지 않을 자유가 없다. 국민 머릿속에 도대체 무얼 심으려고? 나는 기억이 없는 생명으로 태어났다. 나의 기억은 생후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나의 존재 이전의 한반도에 대한 기억이 나에게 있을 수 없다. 내가 고조선과 고구려, 신라와 백제, 고려와 조선, 일제강점기를 ‘우리’의 기억으로 믿는 것은, 학교에서 오랜 시간동안 그 기억을 나의 대뇌에 심었기 때문이다. 이 동일한 기억에 근거해 우리는 ‘동질적 민족’이라는 관념을 당연시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내게 없었던 ‘우리’의 기억을 나의 대뇌 속에 심기 위해서 필요한 과목이 곧 국사라는 교과목인 것이다. |
2015.10.30 08:07
교과서 생각
Who's 백파
?서울대 국문학 박사
전 숭실사이버대학교 조교수
전 건국대학교 조교수
백파님의 최근 작성글 | |
박영선의원의 실수 | 2016-01-24 11:20 |
노후 준비는 '이것' | 2016-01-01 14:19 |
안방에서 얻고 싶은 것...서양과 동양의 차이 | 2016-01-01 14:17 |
유태인의 자녀교육40가지 | 2016-01-01 14:13 |
감기 등 가벼운 질환, 응급실 이용땐 이용 땐 '의료비 폭탄' | 2016-01-01 14: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