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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도 되는데…국민 43%, 행정에 이의 제기 제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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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칠(57)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은 17년 동안의 판사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국민권익을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경북 예천의 산골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대구로 전학, 친척집과 자취생활 등을 전전하는 힘든 여건에서도 형설의 공을 쌓아 법관의 길로 들어섰다. 새만금방조제 공사 중지 가처분소송 항소심을 맡아 과로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하고, 국민권익위에서 항일 애국지사의 공과를 제대로 살펴 국립묘지 안장 거부를 되돌리는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홍 위원장으로부터 법관 경험담과 행정심판을 비롯한 국민권익위의 활동상을 들어봤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과거 국무총리실 행정심판위원회, 대통령 직속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대통령 직속 국가청렴위원회(이전 부패방지위원회) 등 3개 위원회가 2008년 합쳐진 기관이다. 따라서 장관급 위원장 1명과 행정심판국, 고충처리국, 부패방지국 등 3개국을 각각 관할하는 차관급 부위원장 3명이 있다. 권익개선정책국과 기획조정실을 포함해 5개 실국이다. 고충처리 담당 부위원장은 사무처장을 겸직하고, 행정심판을 담당하는 부위원장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위해 중앙행정심판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행정심판이란.

▶행정심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집행한 행정처분이 부당하다고 국민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이 처분의 정당성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국가나 광역자치단체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기초단체나 시`군 공공기관은 광역시도별 지방행정심판위원회가 각각 행정심판을 담당하고 있다. 국민들의 권익을 위해 긴요하면서도 잘 알지 못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행정심판을 알고 있는 국민이 전체의 43%에 불과하다.

-행정심판 대상과 기간은.

▶행정심판 대상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행정청으로부터 위임받은 공단`공사`공기업을 비롯해 집행권한이 있는 공공기관을 포괄한다. 또 행정심판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은 각종 인`허가, 면허, 승인, 과징금 및 이행강제금 부과, 인증, 검사, 자격정지와 취소 등이 있다.

국민 누구나 이 같은 행정처분이나 거부 처분에 대해 권리`이익을 침해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행정심판은 행정처분이 이뤄진 이후 90일 안에 청구해야 한다. 1998년 행정법원이 설립되기 이전까지 행정심판이 행정소송의 1심 역할을 했다.

-행정심판은 소송과 어떻게 다르나.

▶행정소송에 비해 장점이 많다. 소송은 삼권분립에 의해 사법부가 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지만, 행정심판위원회는 행정부 소속이어서 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결과가 타당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

청구절차가 간편하고, 처리기간이 짧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인터넷을 통해 심판 청구가 가능해 인지대나 변호사비 등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 소송은 처리기간이 길지만, 심판은 60일 이내에 처리하되 1회에 한해 30일간 연장이 가능해 90일 안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평균 처리기간은 70일가량이다.

게다가 소송은 1심 이후 2심, 3심까지 갈 수 있지만, 심판은 국민이 이길 경우 행정기관이 이에 불복할 수 없다.

행정심판위원회는 특허나 조세문제, 노동위원회나 토지수용위원회가 다뤄야 할 특수 분야를 제외하고 전 행정처분에 대해 심사할 수 있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있다.

-중앙행정심판위원장으로서 뜻깊었던 심판은.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당한 애국지사와 학도의용군의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항일운동에 앞장섰던 구익균 선생의 국립묘지 안장거부 처분을 결국 취소했다. 2013년 105세의 나이로 숨진 구익균 선생은 신의주 학생의거를 주도하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애국지사다. 신의주 학생의거로 체포돼 45일간 일제에 구금되기도 하고, 일본 경찰의 감시를 피해 중국 상하이로 간 뒤 한국 독립당에서 활동하고, 도산과 백범 김구 선생 밑에서 만주 독립군 양성활동을 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구 선생이 숨진 뒤 탈세와 사문서 위조 등 2건의 전력을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했다. 1972년 유신 시절 세무조사에 의한 30여만원 상당의 탈세는 진보정당에서 활동한 구 선생에 대한 정권 차원의 억압적 조치로 보이고, 사문서 위조 역시 영세업자들을 위해 채권단 대표로 업무를 처리하다 발생한 점 등으로 미뤄 독립운동에 투신한 공헌과 비교해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할 만한 사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학도의용군 사례는.

▶6`25전쟁 발발 후 만 13세의 중학생 신분으로 학도의용군으로 자원해 2년가량 전쟁에 참여했지만, 기록이 명확하지 않아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당한 A씨의 사안이다. 2013년 A씨가 숨지가 자녀들이 국립묘지 안장을 신청했지만,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하는 이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안장거부 처분이 내려졌다.

사안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고인은 1950년 11월 육군 2사단 포병대대에 소속돼 참전했다 2년 뒤 중공군의 피격을 받아 부상을 입고 지휘부로부터 휴가 명령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 뒤 뒤늦게 복교령을 전해 듣고 학교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당시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고인이 휴가 명령과 복교령에 따라 학교로 돌아간 것을 병적기록에는 탈영에 따른 병적말소로 처리한 것으로 판단, 국립묘지 안장거부 처분을 취소했다.

-판사로 17년간 봉직했는데, 바람직한 판사의 자세는

▶모든 판사가 경험의 창을 통해 외부사건을 인식할 수밖에 없지만, '열린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예단하면 진실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선입관과 예단은 위험하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관계 파악이 최우선이다. 많은 법 지식과 판례를 갖고 있는 것보다 사건의 진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더 중요하다.

-사회적 파장 있었던 판결은.

▶2005년 새만금방조제 공사 중지 가처분 및 공사계획 취소처분 소송 때다. 서울고법에 있을 당시 1심 행정법원에서 공사취소 및 공사 중지 가처분 판결이 내려져 정부가 항소했다. 전체 40여㎞ 중 1~2㎞에 불과한 물막이공사만 남겨둔 상태였다. 원고 6천800여 명에 대한 법적 소송자격 여부를 판단하는 글만 40쪽에 걸쳐 쓸 정도로 사안이 크고, 검토할 내용도 많았다. 당시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한 달가량 이 소송에 매달렸다. 하루는 잠을 자다 맥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병원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 정치적인 논란이 있었지만 사법부는 삼권분립에 의거, 위법성 여부만 판단하는데 결국 법 위반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공사계획 취소 판결을 취소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퇴임 직후 김포공항에서 페인트 계란을 맞은 사건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YS가 일본의 한 유명대학에 강연초청을 받아 가는 길이었는데, 재미교포가 주황색 페인트가 든 계란을 투척한 사건이다. 일반인들끼리의 다툼이었다면 단순 폭행으로 벌금을 선고할 사안이었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폭행인데다 외교적 위상문제 등을 감안해 실형 판결을 내렸다.

판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개업했을 때 정부가 새만금방조제 공사 판결에 대한 경험을 감안해 4대강 사업 소송에 대한 변론을 요청하는 바람에 국책사업 변론을 맡기도 했다.

◇"상고법원, 고등법원 아닌 대법원에 두는 것도 대안될 수 있어"

"변화하는 사법 환경에 맞춰 상고법원 도입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홍성칠 중앙행정심판위원장은 상고법원 설치 논란에 대해 "상고법원을 고등법원이 아니라 대법원에 두는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국회의원 168명이 지난해 발의한 '상고법원 도입에 관한 법률개정안'과 관련해 ▷대법관 수 확충 ▷상고 사건 제한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 ▷대법원 상고부 설치 등 방안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중 상고허가제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했기 때문에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는 "대법원과 함께 상고사건을 처리하는 상고법원은 대법원, 헌법재판소, 변호사단체 등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얽힌 민감한 사안"이라며 "문제에 대한 인식은 공감하면서도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은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를 주장하는데, 헌법재판소 등이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대법원에 상고부를 두면서 상고부 판사를 확충하고, 사안에 따라 전원합의부와 상고부로 구분해 판결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이성근 객원기자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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