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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칼럼]박근혜 대통령의 3번째 실수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15-11-04 03:00:00 수정 2015-11-04 03: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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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전격전 아닌 진지전 영역  
국정화로 단번에 고지 빼앗아도 의미있는 승리 확보되지 않아
현대사 점령한 좌파의 영향력, 논리와 설득으로 되찾으려면 시간과 노력 들일 각오해야
수능 필수과목화에 쫓긴 국정화… 세종시 국회선진화법에 이은 실수


74582391.2.jpg송평인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가 기어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출발한 버스 뒤에 대고 소리치는 격이긴 하지만 국정화는 박 대통령의 3번째 결정적 실수가 될 것이다. 그는 이미 두 가지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하나는 2009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을 막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국회선진화법을 막지 못한 것이다.

1년 뒤에나 나올 국정 교과서를 보지도 않고 결정적 실수라니 지나치다고 반발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은 통과 전부터 다수의 지배라는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이 지적됐고 실제 그렇게 됐다. 청와대와 국회는 서울, 행정부처는 세종시에 존재함으로써 초래되는 공무의 비효율성도 충분히 예상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역사인식을 둘러싼 싸움의 성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싸움은 고지를 점령함으로써 단숨에 끝나는 전격전이 아니라 진지를 하나씩 점령해야 비로소 이기는 진지전의 성격을 갖고 있다.  

국사학계의 좌파는 우파가 무관심한 사이 현대사의 거점을 하나씩 점령했다. 현대사 분야의 교수직이 신설되는 족족 그 자리를 차지했고 그들로부터 배운 학생들이 교사가 됐다. 그렇게 현대사 교육 환경은 좌편향됐다. 그러나 국정화는 전격전의 방식으로 달랑 고지만을 점령하는 것이다. 국정 교과서는 아무리 올바른 교과서가 된다 하더라도 주변의 수많은 적대적 진지를 우호적 진지로 돌려놓지 못하는 한 동떨어진 무력한 고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설득으로 빼앗긴 진지는 설득으로 되찾아와야 한다.

나는 박정희에서 전두환에 이르는 ‘긴 유신체제’의 국정 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웠다. 대학에서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읽으면서 여운형의 이름을 처음 알았을 정도로 내 현대사 지식은 공백에 가까웠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을 읽을 때는 6·25 남침을 북침처럼 바꿔놓은 논리가 억지인 줄 느꼈지만 반박하기 어려웠다. 벌써 10년 전에 나온 책이 됐지만 정병준의 ‘우남 이승만 연구’도 쉽게 극복이 안 된다. 한홍구의 ‘대한민국사’나 김기협의 ‘해방일기’를 읽으면서 고약한 저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지식의 부족도 함께 느꼈다. 
 
역사인식을 둘러싼 싸움은 논리를 무기로 싸우는 싸움이다. 좌파 사가들이 끊임없이 대한민국 건국을 폄훼하는 논리를 만들어내는 동안 우파 사가들은 수적으로 열세였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방어 논리도 개발하지 못했다. 사실 우파 사가가 써낸 읽을 만한 현대사 책 하나 없는 실정이다. 그 결과가 학교 교실과 교과서를 좌파에게 내준 꼴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이 국정화로 이런 상황을 일거에 뒤집을 수 있다고 여긴다면 착각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화 이전에 이미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만드는 실수를 저질렀다. 누가 박 대통령의 귀에 대고 속삭였는지 짐작되는 역사학자가 있다. 나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내 자녀가 배우면 배울수록 대한민국이 부끄러워지는 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우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내 두 딸은 국정화를 해서라도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될 나쁜 교과서로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무슨 일 처리를 이렇게 하나.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검정제로는 교과서 왜곡을 바로잡지 못한다고 한 것은 제 할 일 못해 놓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뻔뻔한 말이다. 교과서 집필진이 수정을 거부해 소송을 내면 수년이 걸려서라도 바로잡으면 된다. 말을 안 들으면 검정에서 탈락시키면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교육부는 편수(編修)기관으로서의 권위도 능력도 없다. 교과서 집필진은 교육부의 머리 위에서 논다. 교육부 집필기준이 집필을 유도하기는커녕 집필을 따라가지도 못한다. 그런 주제에 아무 생각 없이 덜컥 한국사를 수능 필수화해 놓고 보니 교과서를 고치는 게 발등의 불이 된 것이 국정화의 진짜 원인이다. 

진지전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싸움이다. 역사인식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나라가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는 다른 방법이 있다. 시간을 두고 점진적이지만 집요하게 다뤄야 할 사안을, 시급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자초해 놓고 시급하게 취급한 것이 국정화에 이른 잘못된 길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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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제자 2015.11.04 15:13
    `교육부가 검정제도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놓고, 이제와서 핑계되는 꼴이 말이 아니다`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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