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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는 전반 5분이 중요하다고 한다. 경기 시작하고 어수선할 때 골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말이다. 투수들의 놀음이라는 야구에서 1회 테이블세터(table setter 1·2번 타자)의 움직임은 무척 중요하다. 초반 타자들이 상대 투수를 대하는 방법에서 그날 경기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농구에서도 감독들은 경기 초반 상대 수비의 부딪힘, 또는 심판의 움직임을 보고 그날 경기 전체적인 흐름을 정한다. 변화무쌍하지만 살아 꿈틀거리는 스포츠. 인기 스포츠뿐만이 아니다. 어떤 경기건 기선 제압과 분위기 타기는 모든 감독들이 신경 쓰는 부분이다. 초반은 그만큼 중요하다.
고성군에 최평호 군수가 취임한 지 오늘로 22일이다. 취임 초반 뭐가 달라졌을까.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공무원들은 힘들 수 있지만 새 군수의 초반을 지켜본 관전자의 평가는 활기차다.
몇 번의 회의가 있었다. 대개 군수의 훈시는 10분 내외지만 30분이 넘는 일장 연설이 있었단다. 거의 잔소리 수준의 훈시. 뭔 소리를 했을까 귀동냥을 해봤다.
낮에는 현장 돌아보고 밤이나 주말에 모여서 회의하는 건 어떠냐. 청천벽력이다. 의전이나 인사로 이러저러한 것들이 필요하다고 하니 그건 천천히 하자고 했다. 권한대행시절 줄였던 비서실 인원을 보강하자니까 정규직 공무원들은 현장 중심으로 보내고 가능하면 초임 기간제 직원을 보내달라고 했단다.
또 군민들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도록 군수실 문은 활짝 열어 두고, 오전 간부회의 시간도 30분을 앞당겨 업무공백을 최소화하라고 했다. 읍면장들에게는 군민들이 찾아오면 읍면장실로 모셔서 주민들의 애기를 꼭 들어보라는 주문을 덧붙였단다.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모친상을 당했을 때 3가지를 주문했다. 부고를 내지 말라. 부의를 받지 말라. 공무원들은 업무시간 외 문상을 해 달라.
30여 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던 신임 군수의 작은 변화. 어찌 보면 튀는 것 같다. 그래도 기선은 잡은 거 같다. 변화의 시작이 좋아 보인다. 그런데 걱정이다. 30년 가까운 기자 생활 중 이런 변화가 끝까지 가는 걸 본 기억이 나지 않아서다.
새 군수에게 부탁 하나 드린다. 자신의 공약을 꼭 좀 지켜달라고. 더 안 해도 되니 약속한 것만은 꼭 지켜달라고. 그리고 공무원들도 그간 익숙했던 옷 벗어 던지고 군민을 잘살게 만들겠다는 군수의 공약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최 군수가 2018년에 다시 한 번 군수에 도전하건 말건 알 바가 아니다. 정말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전국에서 유일하게 군수 재선거를 했다는 창피함을 가진 군민에게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공무원들 군민들과 소통하며 최선을 다해 줬으면 한다. 잔여 임기는 31개월여다. 남들 48개월 하는 것에 비하면 3분의 1 넘게 넘어갔다. 전화위복(轉禍爲福), 지금 고성군에 가장 절실한 말이다.
최 군수에게 하나 더 부탁하자. 퇴임 후 고성읍에서 손자 손녀 손잡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군수가 되어달라는 게다. 모든 군민으로부터 박수 받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손가락질 안 받고 고성읍에서 떳떳하게 살 수 있는 군정을 해달라는 부탁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고성군의 2~3년은 큰 걱정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