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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뉴스][‘폭력시위 프레임’을 넘어서](1) ‘국정화·노동개혁·헬조선’···13만명이 거리로 나선 이유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수정2015-11-19 15:31:09입력시간 보기

지난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엔 시민 13만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6만8000명)이 참가했습니다. 주최 측 추산 10만명이 넘는 시위 참가 인원은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이후 7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왜 거리로 나섰는지, 시민들과 경찰 사이 충돌은 왜 벌어졌는지 등은 정작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왜 집회를 열었는지 자세히 보도한 언론사도 드물었습니다. 투쟁 뒤 정부·여당이 의도적으로 조장한 ‘폭력시위 프레임’에 여러 문제가 갇힌 모양새입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를 연 이유, ‘13만명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로만 아시는 분이 많습니다.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는 국정화 반대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 농민생존권, 성소수자 권리 등 시민들의 여러 분노·요구를 결집한 자리였습니다.

‘Why’가 빠진 집회·시위 보도의 빈틈을 향이네가 채워드리겠습니다.

■ 시민들은 왜 거리로 나섰나

민주노총을 포함한 총 53개 단체가 속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집회를 주최했습니다. 노동·농민·교육·보건의료·청년학생·통일·여성·성소수자·종교·장애인·빈민 등 각 분야 단체를 망라합니다.

단체들은 서울 광화문 민중총궐기 전 부문별 사전집회를 열고 각계 요구를 외쳤습니다. 이들은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를 중심으로 ‘못살겠다! 갈아엎자! 농산물 가격 보장! 농민생존권 쟁취! 농민대회’, ‘헬조선 뒤집는 청년총궐기’, ‘역사쿠데타 저지! 세월호 진상규명! 민주민생수호 범시민대회’, ‘빈민·장애인 생존권 쟁취! 빈민·장애인대회’, ‘혐오에 맞서는 우리들의 외침 성소수자궐기대회’, ‘노동개악 저지! 자본을 향한 노동자 민중의 맞불 재벌사내유보금환수 결의대회’ 등을 진행했습니다.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는 시민들의 이런 요구를 모아 외친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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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 모인 세월호 유가족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들은 정부에 ‘11대 요구안’을 내걸었습니다.

시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 폐기가 먼저 눈에 띕니다. 투쟁본부는 “대다수 역사학계와 국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다. 그것이 이땅 지배세력들의 친일·독재 전력을 미화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했습니다.

노동자들의 생존과 직결된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 중단’과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로 최저임금 1만원 실현’도 요구했습니다.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권은 임금피크제로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일반해고 도입으로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며,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 노예계약을 연장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고, 안그래도 사측의 불법·탈법이 난무하는 노동시장을 무법천지로 만들어 노동자를 노예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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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 모인 청년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농민들은 ‘밥쌀 수입 저지’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정부는 쌀값 폭락의 원인이 된 ‘밥쌀용 쌀 수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한국은 이미 쌀이 관세화로 개방되었고 기존 의무수입물량을 유지하되 이를 어떻게 쓰는지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 그런데도 밥쌀용 쌀 수입을 강행해 작년 대비 30%나 쌀값이 폭락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한 일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여전히 진전 없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도 있네요. 주최 측은 “지난해 294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세월호의 비극이 올해 메르스 사태로 재현되어 36명의 생명이 또 다시 스러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던 이 정권은 무책임한 대응과 병원 공개 거부로 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만들어내고야 말았다”며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민중의 안전과 생존에는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는 이 정권의 본질이 또 다시 드러났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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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제공

최근 주민투표에서 경북 영덕 주민 90% 이상이 반대한 ‘원전 건설’ 저지와 ‘공공의료 확충’도 포함됐습니다. 장애인들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안에 넣었습니다. 다음은 각 부문 요구안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 여러 부문의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 일자리노동 :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 중단 /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모든 서민의 사회안전망 강화
- 농업 : 밥쌀 수입 저지, TPP 반대 / 쌀 및 농산물 적정 가격 보장
- 민생빈곤 : 노점단속 중단, 순환식 개발 시행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 청년학생 : 재벌 곳간 열어 청년-좋은 일자리 창출 요구 / 대학구조조정 반대
- 민주주의 : 역사왜곡 중단,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 폐기 / 공안탄압 중지, 국가보안법 폐지, 국정원 해체, 양심수 석방
- 인권 : 차별금지법 제정, 여성·이주민·장애인·성소수자 차별 및 혐오 중단 / 국가인권위 독립성 확보, 정부 및 지자체 반인권행보 중단
- 자주평화 : 대북적대정책폐기, 남북관계개선, 5.24조치해제, 민간교류보장 / 한반도사드배치반대, 한미일삼각군사동맹중단, 일본의 군국주의 무장화 반대
- 세월호 : 세월호 온전한 인양,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 안전사회건설
- 생태환경 :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 계획 폐기 / 신규원전 건설 저지, 노후원전 폐기
- 사회공공성 : 의료·철도·가스·물 민영화 중단 / 제주 영리병원 추진 중단, 공공의료 확충
- 재벌책임 강화 :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로 최저임금 1만원 실현 /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하청노동자 직접교섭 참여 등 사용자 책임 이행



투쟁본부는 다음달 5일 2차 투쟁대회를 예고했습니다. 지금 경찰의 대대적 공안몰이 수사 대상에 들어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소속 단체도 소개합니다.

21C한국대학생연합,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노동자연대, 민권연대, 민대협,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수호공안탄압대책회의, 민주주의국민행동,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중의힘, 변혁재장전, 보건의료단체연합, 빈곤사회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 사월혁명회, 사회진보연대, 알바노조, 민가협양심수후원회,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장그래운동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전태일재단,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천주교인권위원회, 청년유니온, 청년좌파, 청년하다, 추모연대, 통일광장,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재향군인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유가협, 계승연대, 통일의길, 노동전선, 부정선거진상규명시민모임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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