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
복지국가는 단순히 '무상복지'를 시행하는 국가가 아닙니다. 국가의 모든 구성요소가 올바로 동작할 때, 그 결과물이 복지국가라는 체제로 나타나는 것이죠. 복지국가는 지구역사상 가장 진화된 문명입니다. 우리가 오늘, 이순간 올바름을 실천한다면 그 귀결은 복지국가 일것입니다. 정치가 다툼을 그치고, 사법이 정의롭고, 기업이 윤리적이고, 노조가 국민을 연대하게 하고, 국민이 서로 존중하여 아끼고 사랑하는 문명을 우리가 이룬다면, 우리는 복지국가라는 체제를 과실로 얻어 낼 것입니다.
이념적 복지국가 - 좌파 이데올로기
우리는 좌파를 빨갱이라 하고, 우파를 수구꼴통이라고 부르는데 익숙합니다. 싸우기만 했지, 좌우의 올바른 이념 정립을 못했지요. 서로 탓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유럽 복지국가의 이념적 뿌리는 좌파 사회주의입니다. 그들은 노동조합을 정치세력화 했습니다. 그것을 토대로 시행착오를 거쳐서 사회적 연대를 만들어내고 궁극에는 좌우가 연대함으로서 복지국가를 만들어냈습니다.
대타협과 연대
유럽의 초기 노동자 정당들은 산업 수단을 공동소유하고, 기업경영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산업수단을 국유화하거나 기업지분을 점진적으로 노동조합이 소유해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산업민주주의'라고 표현했지요. 그러나 20세기 후반, 노동자 정당들도 산업민주주의 당헌을 폐기합니다. 노동조합의 정치력이 의회를 장악했을 때, 그들의 생각은 고용주가 노동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지 생산수단을 직접 소유해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산업민주주의적 목표를 폐기하는 대신 노동조합과 고용주는 타협했습니다. 노조는 고용주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고용주는 노동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자고 합의한 것입니다.
경제민주화
유럽의 노동조합 정당들은 대타협을 통해서 산업의 발전과 공정한 분배를 만들어 냈고요, 또 의회내에서 우파 정당들과 합심해서 사회보장과 보편적 복지를 만들어 냅니다. 노동자라는 틀을 넘어서 국민전체로 연대를 확대했고 성공했습니다. 우리가 지금하려고 하는 경제민주화는 유럽식 대타협을 모델로 합니다. 더민주의 김종인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그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국민의당 안철수 한상진, 천정배는 늘상 대타협을 말하고 있습니다.
심상정과 영국노동당
오늘 심상정이 문재인과 선거 연대에 합의했습니다. 심상정은 영국 노동당을 벤치마킹하는 것 같습니다. 영국 노동당도 오래전 의회에서 1~2석 겨우 차지하는 소외된 정치세력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영국의회를 양분하던 자유당과 선거연대를 통해서 20~30석의 군소정당으로 발돋움하고, 결국 자유당을 제치고 원내 제1야당, 수권정당까지 발돋움 합니다. 이것을 모델로 한국 좌파들은 통합진보당으로 모여서 민주당과 연대했다가, 이제 또 진보당으로서 문재인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이렇습니다. 진보정의당도 민주노총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합니다. 학생운동 세력들이 자천 타천 정치권에 스카웃되고, 혹은 노동운동 세력과 연합해서 스스로 정당을 만들어서 정치권에 진입하기를 10여년의 세월이 흘러서 서로 뿔뿔히 흩어지고, 종북 논란에 스스로 자멸하고, 민주노총과의 연결고리도 잃었습니다. 민주노총의 노동자 대회도 여전히 폭력으로 얼룩지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습니다.
그리고 오늘, 심상정은 대중의 인기를 선택했습니다. 필요하기는 하지요. 이념은 어렵고 친노는 쉽습니다. 어려운 길은 더디고 제자리 걸음이나, 포퓰리즘은 명맥을 이어줄 것입니다. 망하지만 안으면 기회는 오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심상정에게 선거연대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문재인에게 심상정은 떡밥이고요. 둘의 이해관계가 그 지점에 맞아 떨어집니다.
운동권 대 안철수
또 하나의 대척점이 있습니다. 나는 운동권대 안철수라는 대척점에서도 문재인과 심상정의 연대가 한 편에 있다고 봅니다. 유시민이 노무현 왕따론을 말할 때, 기성 정치권에서만 왕따당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권들도 노무현을 왕따 한다고 비분강개하며 인터뷰 한 기억 납니다. 그들은 고졸출신 변호사도 왕따 시켰던 대학나온 사람들입니다. 결국 왕으로 옹립했다가 배신했다가, 관장사 했다가 하고들 있는거 아닙니까.
노무현 왕따 카르텔이 안철수 왕따 모임으로 계속됩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심상정이 문국현을 '착한 CEO일뿐이다'라고 폄하했을 때, 오늘 문재인과 선거 연대를 위해 손을 잡았을 때, 꼭 생존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 왕따의 운동권 카르텔이 암묵적으로 작동했다고 추측합니다.
복지국가는 누구의 목표인가
복지국가를 위한 소사이어티가 사회 전반적으로 강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직격탄을 맨몸으로 맞았습니다. 비정규직이고 최저생계에 준하는 월급이 일상인 사회가 됐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또 지식인들이 더이상은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비전이 다시 올바로 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안철수는 국민을 대변합니다. 안철수는 이 비루한 신자유주의를 벗어날 유일한 길은 복지국가를 목표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그러나 같은 날, 좌파의 수장 심상정 대표는 1900년대 초 영국노동당이 하던 자유당과의 선거연대를 기획합니다. 노회찬은 김종인을 칭찬합니다. 몇석이라도 의석을 확보해서 생존하기 위한 판단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수권정당이길 포기하고 원내 2등만을 목표하는 더민주와 연대하는 것이 생존조차 보장 못하는 독이 될 것입니다. 대의도 잃고, 실리도 잃습니다.
/ 눈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