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법은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가 실패했다고 하는 대기업과 재벌의 고백입니다. 첫째로 참여정부가 주장한 '외부충격에 의한 내부개혁'이 실패했습니다. 다른 FTA와 달리 한미FTA는 단순한 관세철폐가 아니라 미국식 규제개혁을 비롯해 금융, 의료, 법률 등 국가산업시스템 전반을 미국식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도록 변화시키는 장치였습니다. 결과론 적으로 빗장은 풀렸으나 공공부문의 어느 곳 하나 개혁된 것이 없습니다. 실패했습니다.
둘째로, 수출 대기업 보호가 실패했습니다. 자동차와 핸드폰, 철강, 선박 등의 뚜렷한 수출감소가 지표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의 세계화는 혁신 경쟁의 장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만, 한국의 수출주도 방식은 혁신 경쟁이 아닌,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의 점유율 싸움밖에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국내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대기업과 재벌의 FTA 강행이 도리어 경쟁력 약화로 돌아온 것입니다. 한미FTA체결과 이명박 정권의 고환율 특혜를 통해서 이미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긴 재벌 대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지못하고, 왜냐하면 수출대기업 본인들 외에는 사업하는 것 자체가 힘든 사회구조를 만들어 놨기 때문이죠. 일부 돈을 가지고 땅투기나 하고 돈놀이+골목상권접수와 같은 사업만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공부문, 사법 개혁이 이루어 지지 않은 상태에서 잘나가는 대기업들의 일탈은 제어받지 않고 있습니다. 재벌가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도 극에 달해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것이 한미FTA의 결과인데, 이것에 더해서 이젠 그 수출마저 여의치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대기업 집단이 이제 자기들 내부적으로 이사업 정리해서 저사업에 투자하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할테니 한시적(3년+2년) 기간동안은 정부가 세금도 걷지 말고 간섭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가 '원샷법(기업활력제고)'입니다.
사실 당장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 대기업이라도 살릴려면 원샷법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이죠. 대기업의 수출저하를 백업할 수 있는 혁신중소기업 집단이 모두 죽고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고요, 성장을 위해서는 수출을 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대기업이 해달라고 하니 해줄 수 밖에 없습니다. 원샷법 발의 이후에 많은 시민단체들이 참여해서 원안수정이 대대적으로 이루어 졌고요, 대부분 받아들여졌고, 재벌의 편법적인 증여, 상속에 악용될 여지도 막아 놓은 것이 현재 법안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법의 실효성입니다. 과연 대기업 집단의 구조조정으로 수출경기가 회복 될 것이냐의 문제인 것이죠. 단기적으로는 경상수지가 나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혁신경쟁력 개선이 아닌 이상, 내부적인 구조조정만으로는 장기적인 수출산업의 성장은 기대할 수도 없고, 구조적 안정성 조차도 담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더욱이 구조조정에 따른 대대적인 인력 해고를 흡수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도 없는 상태에서 장기적인 산업구조 안정성조차 담보할 수 없는 정책을 위해서 대량해고조차 불사해야 하는 고육지책인 것이죠.
지금 현재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은 또 이러한 경제상황과 별개의 문제입니다. 새누리와 더민주는 이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한 상태입니다. 진보적인 경제학자들도 당장에 대기업 집단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고, 다만 그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여야가 이미 이 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를 했는데, 그러고 나서 더민주가 선거구를 먼저 확정하고 이 법을 처리하자고 막판에 뒤집은 것입니다. 즉, 선거구 합의에서 더민주에 유리한 조건을 수용해주면 원샷법을 처리해주겠다고 한 것이지요. 원내대표들이 합의하고 왔는데, 그 약속을 더민주가 파기한 것입니다.
국민의당은 이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합의된 사항마저도 처리하지 못하게 막는 더민주를 비판한 것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선거구는 어쩌자고 덜컥 합의해왔냐고 원내대표를 질타하고, 삼성 저격수라는 박영선 의원은 이제와서 이 '원샷법'이 삼성 이재용을 위한 법이라서 안된다고 생뚱맞은 소리를 하면서 원내대표합의사항을 파기한 것입니다. 김상조 교수는 그런 박영선 의원에게 무식한 소리 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지요. 김 교수는 그럴 턱이 없고, 오히려 실효성없이 사문화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는 의회의 절차적 정당성마저 무시하고 아무것도 못하게 서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양당을 비판하고 삼자 민생회담을 제안했습니다. 원샷법은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고육지책이에요. 담대한 변화를 통해서 한미FTA 프레임을 벗어나고 대기업과 재벌들을 돈의 수렁에서 건져내야만 합니다. 선거구하나 정하지 못하고 치킨게임하는 무능과 부패의 의회정치도 담대한 변화가 필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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