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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국대사 醫國大師 [나라를 고치는 의사, 깨달은 사람 국민멘토]
안사모에서는 안철수 박사님에 대해 ‘의국대사’ 또는 ‘안님’라는 애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더 나은 의사는 사람을 고치고, 진정으로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
小醫治病 中醫治人 大醫治國 - 도서 안철수의 서재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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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춘추에서 유래한 유명한 고사성어가 있다  

고깃집앞에  양머리를 걸어놓고  뒤로는 개고기를 판다는 뜻의  羊 頭 狗 肉 이다

오늘날 탄핵정국은  바로  이  양두구육에서 비롯된것이다. 

즉  누구보다도 공적이어야 할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서  겉으로는   공적 목적과 명분을 표방하면서

속으로는  한 개인과  그 일당들이  국정을  농단하고 전횡을 일삼으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방편으로

전락한 것이  바로  양두구육의 전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양두구육이  유래한   안자춘추의  저자라고도 알려진  안영이라는  고대의  탁월한  정치가의  면면에서 

오늘날에도   시사하는점이 많아   이 지면을  빌어  잠깐  소개해 보고자 한다.



5000년 중국을 이끌어온 50인의 모략가

안영

술잔을 벗어나지 않고 천 리 밖의 일을 절충하다

[ ]

안영을 역사책에서는 안자()라고 부른다. 자는 평중()이며 춘추시대 제나라 이유(지금의 산동성 밀현) 출신이다. 태어난 해는 알 수 없고, 기원전 500년에 죽었다. 제나라의 명문가 출신으로 아버지 안약()이 죽은 뒤 아버지의 직위를 이어 경()이 되어, 영공·장공·경공을 거치면서 관직이 상국(, 수상에 해당)에까지 이르렀다. 그는 관중 이후 제나라가 배출한 걸출한 재상의 한 사람으로 무려 57년 동안 제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했다.

그의 정치적 입장은 인의()로 나라를 다스리고 평화로 외교한다는 '인의치국(), 화평외교()'로 요약될 수 있다. 그는 백성들을 자기 몸처럼 아꼈고, 근검절약 하는 생활에 힘썼다. 박학다식했으며 논쟁에도 능숙했다. 아부를 모르는 강직한 성품으로 늘 국군의 면전에서 어진 정치를 펴고 형벌을 줄이며 세금을 가볍게 하라고 바른 소리를 했다.

『안자춘추』 8권 215장을 저술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사실은 후세 사람이 그의 이름을 빌린 것이고, 대체로 안영과 동시대 사람들이 그의 말과 행동을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후대에 다시 정리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안영의 기본 사상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안영은 중국 고대의 위대한 정치가·외교가·문학가였으며, 재능이 넘치고 자신의 몸으로 직접 실천한 모략가였다.

안영

외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아가서는 정치와의 연관성을 강조했던 안영은 유연한 자세와 날카로운 언변으로 정치와 외교에 임했던 뛰어난 모략가였다.

찬탈자 최저에게 굴복하지 않다

제나라 장공은 바른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군주였다. 사치와 향락에 빠져 간신들을 중용하고 충성스러운 상국 안영에 대해서는 의심하고 미워했다. 안영은 하는 수 없이 사직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낚시와 농사로 세월을 보냈다.

어진 신하가 떠나면 어리석은 군주는 이내 망하게 마련이다. 어리석고 못난 제 장공은 머지않아 사악한 최저() 무리에게 살해되었다. 장공이 시해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안영은 과감하게 조정으로 돌아가 장공의 죽음에 조문하기로 결심했다. 이러한 행동은 인의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안영의 모략사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는 장공의 피살은 조금도 안타깝지 않았지만 최저가 국군을 시해한 것은 의롭지 못한 행동이라고 여겼다. 최저처럼 권력을 찬탈한 간악한 무리들은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수 없다. 안영의 문상은 최저의 찬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표시였다.

안영의 결단을 걱정하며 혹 안영이 해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안영에게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자멸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자 안영은 나름대로 계산이 선 듯 이렇게 말했다.

최저는 안영이 올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안영이 당당히 조정으로 들어오자 최저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보검을 움켜쥔 채 안영을 죽이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안영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태연하게 최저에게 이치와 시비를 따졌다. 그러면서 자신은 국가를 위해 이렇게 달려왔으며 생사는 애당초 관심 밖이라고 말했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안영은 장공의 시체에 엎어져 하염없이 통곡했다. 그의 당당한 기세에 최저는 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최저에게 당장 안영을 죽이라고 부추기는 자들이 있었지만 최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안 될 말이다. 안영의 말에 일리가 있고 행동은 정의롭지 않은가. 게다가 민심을 깊이 얻고 있는 터라 지금 그를 죽였다간 내가 민심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최저는 안영까지 자기편으로 포섭할 생각이었다.

최저는 상당한 준비 끝에 경공을 국군으로 세우고 자신은 우재상에 취임했다. 그는 자신의 권세를 다지기 위해 또 다른 음모를 꾸몄다. 모든 문무백관으로 하여금 태공 사당에서 피를 마시며 자신에게 충성을 맹서하게 한 것이다. 최저는 군대를 보내 태공 사당을 지키게 한 다음 맹서를 거부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죽였다.

안영도 불려갔다. 많은 사람들이 안영이 어떤 식으로 맹서를 하는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안영은 차분하게 피가 든 술잔을 들고 하늘을 우러러 탄식을 하면서 "원통하구나! 최저가 극악무도하게 군왕을 시해하다니! 호랑이를 믿고 날뛰는 놈이나 폭군 주 임금을 도와 포악한 짓을 하는 자들은 모두 제명에 죽지 못했도다!"라고 외쳤다. 말을 마치자 안영은 혈주를 단숨에 들이킨 다음 분이 덜 풀린 듯 씩씩대며 최저를 노려보았다. 기가 질린 최저는 날카로운 검을 뽑아 안영의 가슴을 겨누고는 다시 맹서하도록 명령했다.

순식간에 긴장감이 장내를 뒤덮었다. 그러나 안영은 전혀 두려움 없이 "창칼 앞에 뜻을 바꾸는 자는 용감한 자가 아니지. 위협을 받는다고 국가를 배반하는 것은 의롭지 못한 자들이 하는 짓이다. 머리가 잘릴지언정 가슴에 칼이 들어올지언정 나 안영은 절대 최저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큰소리를 친 다음 고개를 바짝 치켜들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최저가 안자를 찌르려 하자 누군가 서둘러 최저를 말리며 "이러시면 절대 안 됩니다. 장공을 죽인 것은 그가 무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백성들의 반응은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의로운 신하로 평가받는 안영을 죽인다면 정말 골치 아파질 것입니다. 잠시 화를 가라앉히신 다음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십시오"라고 충고했다.

심복의 충고에 최저는 정신을 차리고 손을 거두었다. 그런데도 안영은 멈추지 않고 최저를 향해 "군주를 시해한 일은 크게 잘못된 일이고, 나 안영을 죽이는 일이야 큰 잘못도 아닐 텐데 이 정도밖에 못 한단 말인가"라며 호통을 쳤다. 말을 마친 안영은 태공 사당을 나와 수레에 올라 그 자리를 떠났다.

수행원들이 최저가 행여나 다시 달려와 안영을 죽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서둘러 떠나자고 재촉했다. 안영은 "긴장하지 말라. 빨리 간다고 안 죽고, 천천히 간다고 죽는 건 아니지 않은가. 숲에 사는 사슴이 제아무리 빨리 뛰어봐야 그 고기가 늘 주방에 와 있지 않던가. 이게 그런 이치야"라며 싱긋이 웃었다.

지혜롭게 충고하다

제 경공은 비교적 능력 있는 군주였다. 최저에 의해 옹립되긴 했지만 최저에게 휘둘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저의 권력 농단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경공은 마침내 최저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고는 바로 충성스럽고 유능한 신하들을 조정으로 불러들여 자신의 정치를 돕도록 했다. 고상한 절개를 지닌 안영에 대해서는 각별한 관심을 가졌으며 마침내 그를 다시 국상에 기용했다. 그리고 성과 연못 60곳을 더 봉했다. 하지만 안영은 추가 봉작을 사양하면서 전과 다름없이 충정을 다해 경공을 보좌하여 그가 나라를 잘 다스리도록 도왔다.

안영의 지혜와 모략은 종종 경공을 놀라게 했으며 대부분 다 받아들여졌다. 여기서는 두 가지 전형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안영이 얼마나 수준 높은 모략으로 충고를 했는지 잘 볼 수 있다.

아현(, 지금의 산동성 경내)이라는 지방이 있었다. 이 지방은 풍기가 문란했는데, 경공은 안영에게 이 곳을 다스리도록 지시했다. 아현으로 부임한 안영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3년을 다스린 끝에 큰 성과를 보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경공에게 안영을 헐뜯었다. 귀가 얇은 경공은 이 말을 쉽사리 믿고는 안영의 관직을 박탈하려고 했다. 이에 안영은 경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 잘못이 어디 있는지 압니다. 그러니 3년 만 더 다스리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저를 비방하던 사람들이 모두 저를 칭찬하게 될 것입니다."

경공은 허락했다. 그로부터 다시 3년 뒤, 아니나 다를까 경공은 안영을 칭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경공은 몹시 기뻐하며 안영에게 상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기뻐해야 할 안영은 엄숙한 표정으로 상을 거부했다. 경공이 그 까닭을 묻자 안영은 이렇게 말했다.

"이전에 제가 아현을 다스릴 때는 정말 강철 같은 심정으로 사심 없이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의 원망을 샀습니다. 엄격하게 법과 기강을 잡아 사악한 무리들에게 타격을 가하여 깡패 따위들이 저에게 원한을 품게 되었지요. 근검절약을 외치고 분수에 맞는 생활을 강조하면서 도적과 건달들을 징벌하자 이 자들이 저에게 원한을 품었습니다. 권세 있는 자들을 두려워 않고 사건을 공평무사하게 심사하고 처리하자 이들이 저를 원망했습니다. 친한 친구들이 저에게 이런저런 청탁을 해왔지만 저는 사사로운 정에 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친구들까지 저를 원망했습니다. 고위층 인사들에게 규정된 예를 벗어난 대우를 하지 않자 그들은 불만을 가지고 저를 원망했습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저에 대해 좋지 않은 말들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 3년 동안 아현이 안정을 찾고 백성들은 모두 즐겁게 자신의 일에 종사하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도 대왕께서는 나쁜 말만 들으셨습니다. 이번 3년은 제가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저 물 흘러가듯이 그냥 되는 대로 내버려두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죄를 짓지 않는 데만 신경을 썼습니다. 그랬더니 지난번 저에 대해 나쁜 말을 하던 자들이 모두 저를 칭찬합니다. 일의 결과가 완전히 뒤바뀌었지 뭡니까. 솔직히 말씀드려 앞 3년에 대해 저는 상을 받아야 마땅하거늘 왕께서는 되레 저에게 벌을 내리려 하셨습니다. 뒤 3년에 대해서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거늘 반대로 상을 주시려 하니 제가 어찌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 일로 경공은 크게 배우는 바가 있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안영이 참으로 큰 인물임을 알게 되어 그를 더욱 신임하게 되었다.

두 번째 사례다. 경공은 술을 좋아하여 늘 지나친 음주로 국정을 그르치곤 했다. 안영이 몇 번이고 충고했지만 경공은 나쁜 습관을 고치지 않고 수시로 잘못을 범하곤 했다. 경공의 신임이 두터웠던지라 안영은 바른 소리를 할 수 있었다. 경공이 자신의 충고를 더 잘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안영은 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경공에게 충고하여 좋은 효과를 거두었다.

한번은 경공이 술자리를 베풀어놓고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그렇게 시작된 술자리가 7일 동안 밤낮없이 계속되었다. 마시고 놀다가 자고 이렇게 하길 며칠, 함께 마시던 관료와 궁녀들은 피곤에 지쳤다. 그러나 경공은 피곤한 줄도 모르고 주색에 빠져 그칠 줄 몰랐다.

홍장()이란 경대부가 이 꼴을 보고는 참다못해 궁으로 들어가 술자리를 그만 끝낼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경공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강직한 성품의 홍장은 속을 부글부글 끓이며 "국군께서 더 이상 제 말을 들으려 하시지 않는다면 차라리 저를 죽여주십시오"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런데도 경공은 껄껄 웃으며 "술은 과인의 생명과 같거늘 어떻게 끊나"라며 모르는 척했다. 홍장이 죽기를 각오로 다시 아뢰려 할 때 안영이 들어왔다.

홍장을 본 안영은 황급히 예를 갖추며 두 손을 모아 "축하드립니다, 대부! 정말 축하드립니다, 대부"라며 인사를 했다. 홍장은 깜짝 놀라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렸고, 경공도 이상하다는 듯 연신 안영의 눈치를 살폈다. 정작 안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를 흘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부께서는 신하의 충고와 의견을 잘 받아주시는 주인을 만난 것을 천만다행으로 아십시오. 행여 걸주와 같은 폭군을 만났더라면 진작에 목이 어디론가 달아났을 테니까요."

이 말에 정신이 버쩍 난 경공은 진지하게 "홍장 대부, 그대의 고충을 내가 어찌 모르겠소. 당신의 충고를 받아들여 최대한 절제하도록 하겠소이다"라고 말했다. 이 틈에 안영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경공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음주는 인간과 인간의 감정을 소통시켜 우의를 다지게 합니다. 하지만 지나치면 일을 그르치게 됩니다. 그래서 환공 때 남자는 음주 때문에 농사일을 그르쳐서는 안 되고, 여자는 베짜는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고 명확하게 규정해놓은 것입니다.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풍기는 순박하고 곧았습니다. 밖으로 도적이 늘지 않았고 안으로 음탕한 짓거리도 없었습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조정 일은 팽개치고 음주에만 빠져 계시고 근신들마저 그에 따라 못된 짓을 저지르니 이는 나라에 큰 해가 될 따름입니다."

안영의 충고에 감동한 경공은 잘못을 고치기로 결심했다.

얼마 뒤 안영은 경공의 술버릇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집에다 술자리를 성대하게 차려놓고 경공을 초청했다. 그러고는 술과 더불어 국가와 세상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소 안영의 검소한 생활을 잘 아는 경공인지라 이런 파격적인 접대에 몹시 감격하여 한 잔 두 잔 계속 술잔을 기울였다. 두 사람은 대낮부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마셨다. 취기가 돌자 경공은 사람을 불러 등불을 밝히게 하고는 계속 통쾌하게 마셨다. 이때 안영이 간절한 목소리로 경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시경 300편에 우리에게 술에 관해 이렇게 충고하는 대목이 보입니다. 음주는 수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적당할 때 그칠 줄 알아야 하며, 마시고 나면 자리에서 일어설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손님과 주인의 예를 잃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마시고 취했는데도 자리를 뜰 줄 모르면 손님의 예의를 잃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대왕을 초청하여 낮까지만 술자리를 안배했지 밤까지는 안배하지 않았습니다. 대왕께 밤늦게 까지 술을 권한다면 이는 신하가 대왕의 잘못을 부추기는 꼴이 됩니다. 오늘 대왕을 모신 뜻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부디 깊게 살펴주십시오."

경공은 안영의 성의에 깊이 감동하여 바로 술자리를 파하고 나랏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로부터 경공은 안영의 충고를 가슴속에 새겨두고 자신을 절제함으로써 철야 음주를 크게 줄였다.

백성을 위해 일을 꾀하다

안영은 어진 정치를 주장했다. 여기에는 백성을 아끼는 애민() 사상이 강하게 깔려 있다. 그는 국군과 귀족들의 호화사치를 반대했다. 또 백성에 대한 관리들의 잔혹한 착취도 반대했다. 그는 백성을 자기 몸처럼 아끼고 그들의 고통을 따뜻한 마음으로 어루만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늘 평민 백성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군에게 충고했다.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전형적인 사례를 보자.

바람은 부드럽고 햇볕은 따사로운 춘삼월이었다. 경공은 비첩과 백관을 거느리고 야외로 놀러 나갔다. 사람과 말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길을 메웠고, 음악과 춤까지 어우러져 한바탕 열기가 대단했다. 일행은 복숭아 숲 사이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경공은 자리에 앉아 봄날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새가 지저귀고 꽃향기가 코를 찔렀다.

한껏 취해 있던 경공이 문득 고개를 들어 그리 멀지 않은 곳을 보는데, 몇 마리 들개들이 백골 무더기 위를 돌아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상한 기분이 든 경공은 놀러갈 장소를 바꾸었다. 그러고는 다시 궁녀들과 희희낙락 어울려 놀았다. 그런데 옆에서 경공을 보좌하던 안영은 아주 슬프고 처연하게 눈물을 흘렸다. 영문을 모르는 경공은 그 까닭을 물었고 안영은 앞쪽의 백골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살아서도 때를 만나지 못하고 죽어서도 때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 슬퍼서입니다."

경공은 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안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안영은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말을 이었다.

"옛날 우리 환공께서는 놀러 나가셨다가 길에서 굶주린 사람을 만나면 먹을 것을 내려주셨지요. 또 병든 자에게는 돈을 주어 치료하게 하셨고, 지친 백성들을 보면 노역을 줄여주셨으며, 힘들게 사는 백성들을 만나면 세금을 면제해주셨지요. 그래서 백성들은 국군이 저 멀리 십 리 밖에서 보이기만 해도 기뻐 어쩔 줄 몰라 했지요.

만약 저들이 그때에 태어났더라면 굶어죽지 않았을 것임은 물론 저렇게 아무도 수습해가지 않는 백골이 되어 황야에 버려지지 않았겠지요."

경공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으로 깨닫는 바가 있는 것 같았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안영은 이렇게 충고했다.

"지금 대왕께서는 한번 놀러 나왔다 하면 사방 40리 이내의 백성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대왕의 놀이를 위해 수레며 말 따위와 같은 온갖 재물을 갖다 바쳐야 합니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은 구제하지 못하고 배고픔과 추위에 떨다가 죽은 뒤 저렇게 백골이 되어 서로를 쳐다보아야 하니 이 얼마나 처량한 신세입니까. 그런데도 대왕께서는 저들에게 말 한 마디 던지지 않고 춤과 노래판만 벌이니 군주의 도리를 잃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잠시 한 숨을 돌린 안영은 계속해서 더욱 노골적으로 말했다.

"재물이 다 떨어지고 힘이 다 빠지면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부양할 수 없게 됩니다. 사치와 안일함에 빠지면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됩니다. 위아래의 마음이 서로 갈라지고 덕이 떠나가며 군주와 신하의 관계가 서로 친목하지 못하면 나라가 쇠망할 조짐입니다. 조종의 기틀을 계속 보전하고 강산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으시다면 백성을 내 몸처럼 아껴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큰 근본입니다!"

안영의 말을 듣고 난 경공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바로 명령을 내려 놀이를 중단하고 무사들을 시켜 백골들을 수습하여 매장하도록 했다. 궁으로 돌아온 경공은 창고를 풀어 백성들을 구제하고, 복숭아 숲 사방 40리 안에 사는 백성들의 1년 세금과 부역을 면제해주었다. 경공은 또 석 달 동안 놀이를 하지 못하도록 스스로에게 금지령을 내렸다.

두 번째 사례다. 경공은 안영과 더불어 나라의 발전과 안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경공은 환공 때의 문무가 조화된 정치상황을 몹시 선망하면서 선왕의 위대한 업적을 자신이 다시 한번 회복시키고자 희망했다. 이를 눈치 챈 안영은 기회를 잡아 다음과 같이 경공에게 건의했다.

"대왕과 더불어 미복을 하고 백성들의 상황을 살핀 다음 다시 국가발전의 대계에 대해 논의했으면 하는데 대왕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경공은 흔쾌히 동의했고, 두 사람은 수도 임치(지금의 산동성 치박시)의 한 신발 가게를 방문하게 되었다. 신발 가게에는 적지 않은 신발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신발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대신 가짜 발(의족)을 사가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공이 가게 주인에게 그 까닭을 묻자 주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국군이 가혹한 형벌을 마구 시행하여 발을 자르는 월형()을 당한 사람이 너무 많소이다. 그런 사람들은 먹고살기는 살아야 하겠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의족을 사서 발에다 다는 것이라우!"

신발 가게 주인의 이 말에 경공은 어쩔 줄 몰랐다. 다음으로 안영은 경공을 좁은 골목으로 데려가 비바람도 막기 어려운 다 쓰러져 가는 민가를 둘러보게 했다. 길에는 굶주림에 얼굴이 누렇게 뜬 백성들이 즐비했고, 광주리를 들고 들로 채소를 뜯으러 가는 아이들의 얼굴도 예외 없이 누렇게 뜨고 바짝 말라 있었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늙은이들의 모습은 가련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현실이 경공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다. 안영은 날이 어두워서야 경공을 데리고 궁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 안영은 입조하여 경공과 더불어 정사를 논의했다. 단 하루의 미행()이었지만 경공은 깨닫는 바가 적지 않았다. 이를 발견한 안영은 일찌감치 자신이 생각해온 치국의 방책과 백성을 위한 정책을 꺼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날 우리 제나라의 선조 환공께서 대업을 이루고 중원의 패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백성들을 제 몸처럼 아끼시고 근검절약 하면서 청렴하게 나라를 위해 일하셨기 때문입니다. 궁중에서는 사치를 금하고 사욕을 위해 세금을 거두지 않았으며 궁실을 짓기 위해 백성들을 노역에 마구 동원하지 않았습니다. 유능한 인재를 골라 임명하니 관리들은 한마음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로써 나라의 기풍이 바르게 서고 돈이 있어도 감히 가난한 사람을 억누르거나 속이지 못했습니다. 공을 세워도 교만하지 않았고, 재능이 있어도 잘난 척하지 않았습니다.

대신들이라도 녹봉이 많지 않았습니다. 홀로 사는 사람들은 부양받았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어도 오만하게 못된 짓을 저지르지 않았으며,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도 눈치를 보거나 아부하는 악습에 젖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백성들은 왕을 위해 기꺼이 일했으며, 재주와 지혜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관리들은 모두 충성으로 왕을 보필했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뜻을 이루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왕께서는 어질고 유능한 군자를 멀리하시고 아첨 소인배들을 가까이하십니다. 백성들은 세금은 무겁고 추위를 막을 옷조차 제대로 얻어 입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먹거리론 배고픔을 면하기 힘듭니다. 그런데도 관부의 창고에는 물건들이 썩어가고 있고 곡식 창고의 양식에는 구더기가 들끓고 있습니다. 관리들의 착취는 기름을 쥐어짜는 것보다 더 심하고 혹형을 남용하여 백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리하여 마음으로 불만을 품으니 백성들의 원망 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나라가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백성을 부유하게 하고 나라를 강하게 만들어 천하를 호령한단 말입니까."

경공은 그래도 현명한 군주였다. 안영의 충고를 그 자리에서 받아들이며 이렇게 말했다.

"상국의 말씀에 일리가 있소. 과인이 이제 잘 알게 되었소.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백성들의 먹고 입는 것을 풍족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바라건대 상국께서도 선대의 관중처럼 웅대한 지략을 펼쳐 과인을 힘껏 도와주시오. 과인 또한 선군을 본받아 종묘사직을 빛내도록 하겠소이다."

세 번째 사례다. 어느 해 경공이 자신의 궁정을 더욱 아름답고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대규모 공사를 벌이고 자신은 궁의 비빈들과 함께 향락에 빠져 신나게 놀았다. 제나라에 몇 해째 재난이 닥쳤지만 백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는지는 관심 밖이었다. 백성들은 굶주림과 추위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도 경공은 궁중 내의 건물들을 다시 짓고 수리하려고 하자 안영은 한사코 반대하면서 국고와 관부의 창고를 열어 백성들을 구제하라고 경공에게 충고했다. 경공은 듣지 않고 궁전 수리를 밀어붙일 태세였다.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있는데 국군은 어리석은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안영의 마음은 초조했다.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 한 채 하루하루 말라갔다. 그러다 안영은 마침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기가 막힌 방법을 생각해냈다.

어느 날 아침, 안영은 무슨 일인지 흥분해서 경공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대왕, 제가 직접 궁전의 건물들을 짓는 일을 책임지겠습니다!"

경공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줄곧 이 일에 반대만 해오던 상국 아닌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강력한 어조로 말리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경공으로서는 길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상국이 동의했을 뿐 아니라 직접 책임자로 자처하고 나섰으니 이제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질 판이었다. 경공은 지체 없이 상국 안영을 책임자로 임명하는 한편, 안영이 요청한 증가된 건설비용을 비준했다.

사실 안영의 마음이 바뀐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안영은 이 일을 명분으로 삼아 나라의 창고를 열어 재난에 시달리고 있는 백성들을 돕고자 한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이랬다.

안영은 우선 건설 공사장에 고용된 민공들의 임금을 올리라고 명령했다. 다음, 방만했던 공사 일정을 재조정하고 민공들을 정기적으로 교체하도록 했다. 그리고 수재민 등 재난을 당한 백성들을 공사에 투입하여 그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도록 했다. 이렇게 3년이 지났다. 공사 기간은 길었고 지출된 비용도 많았지만 궁전 건축물들은 완공되었고, 경공은 몹시 기뻐했다. 백성들도 재난을 무사히 잘 넘기는 등 실질적인 혜택을 받았다. 백성들은 한결같이 안영이야말로 정말 지혜가 넘치고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재상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평화외교

안영은 국내 정치에서 대단히 깊이 있는 모략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제후국들 사이의 외교 면에서도 수준 높은 책략을 구사했다. 그는 거만하지 않고 비굴하지 않게 평등하게 상대를 대했으며 평화로운 분위기로 관계를 이끌었다. 그의 발자취는 여러 제후국에 미쳤는데, 그 나라가 크든 작든 그는 수준 높은 외교수단과 빛나는 외교적 언어에 소박하고 절도 있는 자세로 외교에 임했다. 이제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외교에서 보여준 안영의 사상을 설명한다.

첫째,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결코 욕보이지 않았다. 경공이 안영을 초나라에 사신으로 보냈을 때의 일이다. 초나라 영왕()은 초나라가 대국이라는 사실만 믿고 작은 나라를 깔보는 등 매우 오만했다. 그는 이번에 제나라에서 파견한 안영이란 자가 몸집은 작고 비쩍 마른 것이 볼품없다는 말을 듣고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안영에게 수치심을 주어 초나라의 위엄을 과시하고자 마음먹었다.

안영은 평상시처럼 베옷에 마른 말이 이끄는 가벼운 마차를 탔다. 수행원들도 모두 소박한 차림이었다. 안영 일행이 초나라의 수도 영도() 동문에 도착했다. 그러나 성문은 잠겨 있었다. 일행은 하는 수 없이 마차를 멈추고 큰소리로 문지기를 불렀다. 그러자 한 시자()가 임시로 뚫은 한쪽 편의 작은 쪽문을 가리키며 "상국께서는 그 문으로 충분히 출입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굳이 대문을 열었다 닫았다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영왕이 일찌감치 이렇게 배치해놓았던 것이다.

자기 몸집만 하게 뚫려 있는 쪽문을 본 안영은 모든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이는 초왕의 수작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신을 이런 식으로 치욕을 주다니! 하지만 안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이건 개구멍 아닌가? 개구멍으로 사람이 드나들 수는 없지. 개의 나라에 사신으로 왔다면 개구멍으로 출입하겠지만, 인간의 나라에 사신으로 왔으니 사람이 출입하는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안영 일행을 마중나왔던 시자는 재빨리 초왕에게 이 일을 보고했다. 초왕은 안영에게 한방 먹었음을 알았고, 서둘러 대문을 열고 안영 일행을 맞도록 했다.

초의 궁으로 들어온 안영은 백관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때 초 영왕은 미리 교윤() 두성연()을 보내 안영을 맞이하게 안배해놓았다. 안영을 맞이한 두성연은 "선생께서는 제나라의 상국 안평중 아니십니까"라고 말했다. 안영은 예를 갖추어 "그렇습니다만, 혹 무슨 가르침이라도"라며 정중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두성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청산유수처럼 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듣자하니 제나라는 강태공이 봉해진 나라로 무력은 진·초에 맞먹고 재력은 노·위도 못 따랐다는데, 어찌 하여 제 환공이 패자로 군림한 이후 갈수록 쇠퇴하여 궁정에서는 정변이 잇따르고, 송·진이 얕잡아보고 공격을 하고 신하들은 아침에는 진으로 저녁에는 초로 도망치는 등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으니 어찌 된 일입니까? 지금 경공의 의지는 환공 못지않고 선생의 유능함은 관중에 비교할 정도인데, 어째서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 발전을 꾀하여 지난날의 대업을 다시 한번 펼치지 못하고 노복처럼 큰 나라를 섬기고 있으니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명백한 조롱이었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조롱이었다. 그러나 안영은 태연하게 두성연의 말을 되받아 공격했다.

"때를 맞추어 힘쓸 줄 아는 사람을 준걸이라 하고, 틀의 변화에 통달한 사람을 영웅호걸이라 합니다. 주 왕조가 힘을 잃은 이래 제·진이 중원의 패자로 군림했고, 진은 서융 지역에서 초는 남만 지역에서 패자로 군림했습니다. 이들 나라에서 인재가 배출되었다고는 하지만 기운과 대세가 그렇게 만든 면이 많습니다. 진 문후는 웅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으나 여러 차례 침략을 당했고, 진 목공은 강성함을 자랑했으나 그 자손 때는 쇠약해졌으며, 그대의 나라 초는 장왕 이후 여러 차례 진·오 두 나라에게 멸시를 당했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데 그대가 감히 지금 제나라가 지난날만 못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우리 제나라 왕께서는 천운의 성쇠를 잘 알고 있고, 틀의 변화에 따라 때맞추어 힘써야 할 것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수와 병사들을 훈련시키면서 움직일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그대 나라에 온 것은 주 왕조가 마련한 의례에 관한 기록에 따라 이웃 나라를 왕래하는 외교 행위인데 어찌 하여 노복 운운하시는 겁니까? 선생의 조상 자문 선생께서는 초나라의 명신으로 시세의 변화에 통달하신 분인데 지금 보니 선생이 과연 그 분의 후손이 맞는지 의심이 가는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하실 수가 없는데 말입니다."

안영의 논리정연하고 날카로운 반박에 두성연은 얼굴이 벌개져서 고개를 움츠린 채 자리를 뜨고 말았다. 이때 초의 대부 양개가 나서 다시 안영을 비꼬았다.

"안영 선생께서는 스스로 때를 알아 힘쓰고 변화에 통달하고 있다고 자부하시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귀국의 최저라는 자가 군주를 시해하고 난을 일으켰을 때 문거() 등은 대의를 위해 죽었지만 제나라의 명문가인 선생의 집안은 최저를 토벌하지도 않았고 자리를 피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명예와 이익, 자리에 연연해하는 것입니까?"

안영은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대의를 가슴에 품은 사람은 자잘한 일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멀리 내다보는 사람이 어떻게 눈앞의 득실을 따지겠습니까. 제가 듣기에 국군이 나라를 위해 죽으면 신하는 그를 따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선왕 장공은 나라를 위해 죽은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러니 그를 따라 죽은 자들은 모두 장공이 총애하던 자들이지요.

이 몸이 덕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찌 그런 총애를 받는 사람들의 대열에 낄 수 있겠습니까. 어찌 한번 죽음으로 명예를 건져 올릴 수 있겠습니까. 신하가 국가의 위기를 만나면 달려가 그 위기를 구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능력이 없으면 떠나면 그만입니다. 제가 제나라를 떠나지 않은 것은 새로운 왕을 세워 사직을 지키고자 했기 때문이지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떠나면 나라의 큰일은 누구에게 의지합니까? 하물며 군주가 시해당하는 정변 같은 변고가 일어나지 않은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귀국에 만약 그런 정변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대신들 모두가 도적을 토벌하고 희생할 열사라 할 수 있습니까?"

안영의 반박은 강력하고 근엄했고, 양개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이어 또다시 몇몇 대신들이 나와 안영을 향해 인신공격을 가했다. 안영이 너무 인색하고 지독하다는 비난부터 풍채가 보잘것없어 상국을 감당할 재목이 못 된다는 말도 있었고, 심지어는 닭 잡을 힘조차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숙덕거림도 있었다. 안영은 상대방의 비열한 인신공격에도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들의 비난에 이렇게 반박했다.

"당신들의 견해가 참으로 천박하구려! 내가 상국이 된 이래 본가는 물론 외가·처가의 생활이 전보다 훨씬 좋아졌소이다. 이뿐 아니라 나는 70호 이상의 백성들을 구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집은 비록 근검절약하며 살지만 친족들은 부유해졌고, 나는 비록 인색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나머지 모두가 풍족해졌지요. 내가 이렇게 해서 국군의 은혜를 드러낼 수 있다면 더 좋은 일 아니겠소이까?"

"내가 듣기에 저울추는 작지만 천 근을 누를 수 있고, 노는 길지만 물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교여()는 키가 크고 몸집이 좋았지만 노나라에서 피살되었고, 남궁만()은 힘이 센 역사였지만 송나라에서 처형되었습니다. 낭와() 선생 당신은 키도 크고 힘도 세니 이들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저는 스스로 무능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질문이 있으면 바로 답을 얻습니다. 어찌 감히 말재주 따위를 부린단 말입니까?"

안영은 진작부터 자신을 골탕 먹일 준비를 하고 있었던 초나라 대신들에 맞서 차분하게 예의를 지켜가면서 하나하나 물리쳤다. 이는 그의 말재주가 좋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박학다식함이 큰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는 상대방의 신분·질문 등에 근거하여 정확하게 반박했으며, 논리에 근거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어 초 영왕이 궁전에서 안영을 접견했다. 영왕은 말로만 듣던 볼품없는 안영의 실제 모습을 보고는 싸늘한 미소를 흘리며 안영을 향해 "하하하! 당신 제나라에 인물이 없긴 없는 모양이군"이라며 비꼬았다. 영왕의 오만방자한 언행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안자는 자신이 지금 나라를 대표하는 사신이라는 신분을 상기하고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런 다음 정중하게 초 영왕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저희 나라는 땅이 넓고 인구가 많습니다. 수도 임치성 사람들이 내뿜는 입김만으로 구름이 되고, 흘리는 땀은 비가 오듯 합니다.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 걸으면 어깨를 부비지 않고는 걸을 수가 없습니다. 무슨 근거로 제나라에 사람이 없다고 하십니까?"

어리석은 영왕은 안영의 말이 자신을 비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체 안영을 기만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더욱 무례하게 "인재가 그렇게 넘치는데 어째서 그대를 우리에게 파견했단 말인가"라며 다그쳤다. 그러고는 고개를 한껏 젖힌 채 미친 듯 웃었다. 안영은 냉정하게 그러면서 정중하게 영왕의 말을 맞받아쳤다.

"우리 제나라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조정에서 사신을 파견할 때는 늘 그 대상을 살펴서 보내는 것입니다. 상대국이 예의가 있는 나라의 군주라면 그에 맞추어 덕이 고상하고 명망이 높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내고, 무례하고 거친 나라의 어리석은 군주라면 역시 그에 맞는 재주도 없고 비루한 자를 골라 보내지요. 제나라에서 저는 덕도 능력도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초나라에 이렇게 사신으로 파견된 것입니다!"

초 영왕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을 판이었다. 영왕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손을 휘휘 저으며 빨리 술상을 차려 안영을 접대하라고 명령했다.

영왕과 안영이 술잔을 들고 서로 축하를 하려는데, 포졸이 죄수 한 명을 끌고 왔다. 영왕은 일부러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지금 뭣들 하는 짓이냐! 지금 이곳의 손님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냐"라고 호통을 쳤다. 호통에 포졸은 당황해하며 "대왕 노여움을 푸십시오. 우리가 잡은 이 도적은 다름 아니라 제나라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나라 사람'에 힘을 주어 길게 외쳤다. 영왕은 안영을 째려보며 "당신들 제나라 사람은 모두 훔치기를 잘 하나보오"라고 다그쳤다.

영왕의 얄팍한 수작을 진작에 간파하고 있던 안영은 수비로 공격을 대신한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유머와 풍자를 섞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대왕, 제가 듣기에 귤나무를 회수 이남에다 심으면 귤이 달리고, 회수 이북에다 옮겨 심으면 탱자가 달린다고 하더군요. 잎도 비슷하고 과일의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맛은 전혀 다르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회수 이남과 이북의 땅과 물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지금 제나라 사람이 제나라에서 살면 도적이 되지 않는데 초나라에 온 뒤로 도적이 되었으니 초나라의 풍토가 사람을 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보기 좋게 한방 먹은 초 영왕은 난처해 어쩔 줄 몰라했다. 하지만 내심 안영의 재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왕은 이내 표정을 바꾸고는 "선생은 성인과 다르지 않소이다. 하지만 성인은 농담을 하지 못한다는데, 내가 한방 먹었소이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예의를 갖추어 안영을 접대하면서 직접 큰 귤의 껍질을 벗겨 안영에게 건내주면서 "예의를 지키는 나라의 사신답구려"라며 칭찬했다. 안영은 이렇게 자신의 재능과 모략으로 사신의 임무를 원만하게 완성했다.

둘째, 안영은 작은 나라라고 해서 기만하지 않았다. 제나라 국군은 혼신의 힘을 다한 안영의 보좌로 점차 국력을 회복하여 부강한 나라로 탈바꿈시켜갔다. 경공은 지난날 환공처럼 중원의 패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군대를 단련시키고 무기를 만들어 가까운 노나라를 공격할 준비를 갖추었다. 그러나 안영은 극구 반대했다. 경공은 안영의 만류에 따라 무력 사용을 중지하고 안영을 노나라로 보내 우호관계를 맺게 하여 화친관계를 강화하도록 했다.

얼마 뒤 경공은 송나라를 공격하려고 했다. 안영이 또 반대했으나 경공은 이번에는 안영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경공은 직접 군대를 거느리고 공격에 나섰다. 군대가 태산을 지날 때 경공은 악몽을 꾸었다. 꿈의 내용은 두 명의 남자가 얼굴에 노기를 가득 띤 채 경공 앞에 버티고 서서 경공의 길을 가로막고는 경공을 사납게 노려보는 것이었다. 꿈에서 깬 경공은 다음날 바로 무당을 불러 해몽하도록 했다. 무당은 경공이 군대를 출병시키면서 산신에게 제사를 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산신령이 화가 나 꿈에 나타난 것이라고 해몽했다. 그러면서 산신에 제사를 드린 다음 진군할 것을 건의했다.

이 일을 알게 된 안영은 불현듯 머리 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는 출병을 포기시킬 묘안을 생각해냈다. 지체없이 경공에게 달려간 안영은 경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왕께서 꿈에 본 그 두 사람은 산신령이 아니라 송나라의 선조인 탕과 이윤입니다. 이 두 사람은 대왕의 의롭지 못한 송나라 정벌에 화가 나서 대왕의 꿈에 나타나 길을 막아섰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안영은 경공이 꿈에 본 두 사람의 형상을 상세히 묘사해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경공이 무당에게 들려준 꿈 이야기를 벌써 알고 있던 터라 안영의 묘사는 실감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경공은 안영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경공은 파병을 마침내 포기했다. 안영의 기지로 제나라와 송나라는 평화로운 시기를 누릴 수 있었다.

셋째, 상대에 맞추어 정확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다. 대국의 오만함에 대해 안영은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과감하게 대처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안영이 오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되었다. 오나라 왕 부차는 자존심이 대단한 인물이었다. 부차는 안영을 한바탕 놀리는 한편 외교상으로도 제나라를 압박할 생각이었다. 안영이 오나라에 도착하자 접대를 책임진 시종관이 안영에게 "천자께서 (당신을) 보고자 합니다"라고 큰소리를 치는 것이 아닌가. 안영의 심기는 불편했다. 제나라와 오나라는 모두 제후국이거늘 '천자'라니? 가당치 않은 말이었다.

안영은 즉각 부차의 의도와 야심을 알아챘다. 그는 순간적으로 적절한 대응책을 생각해냈다. 안영은 먼저 못들은 척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나라 관리가 연신 고함을 질러댔지만 안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나라 관리는 제풀에 지쳐 그만두고 부차에게 가서 보고했다. 부차는 안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자신이 직접 나가 안영을 맞이했다.

부차를 본 안영은 그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는 바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제나라 군왕의 명을 받고 귀국에 온 사신입니다. 제가 사람이 못나 늘 남에게 속길 잘 합니다. 오늘도 방금 전 시종관이 '천자께서 만나고자 합니다'라고 고함을 지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왕께서 벌써 천자로 자청하신다면 오늘 저는 천자께 조회를 드리러온 셈이군요. 하지만 감히 한 가지 대왕께 여쭙겠습니다. 그렇다면 원래 오왕 부차는 지금 어디에다 두셨습니까?"

안영의 기막힌 반박에 말문이 막힌 부차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부차는 하는 수 없이 그저 어색한 웃음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바로 '국군'으로 호칭을 바꾸고 제후의 예로 안영과 정식으로 회담을 가졌다. 그 자리에 있던 오나라 관리들은 "안자야말로 정말 기지 넘치는 외교가로다"라며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넷째, 천 리 밖에서 상황을 절충하다. 진나라 평공이 중원의 패자가 되고 싶어 제나라를 공격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평공은 진나라 대부 범소()를 제나라로 보내 상황을 살피도록 했다. 이에 대해 안영은 이미 대처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었다.

경공은 범소를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 모두들 술기운이 돌자 범소는 일부러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땅에 떨어뜨리고는 경공의 술잔으로 술을 마시겠다고 요구했다. 경공은 별다른 생각 없이 범소의 요구를 수용하여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라 범소에게 건네주었다. 잔을 받아든 범소가 술을 들이키려는 찰라 안영이 범소의 술잔을 빼앗아 술을 버린 다음 다른 잔에 술을 따라 범소에게 주었다.

기분이 몹시 언짢아진 범소는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다가 악사를 향해 큰소리로 "나를 위해 성주()의 악곡을 연주할 수 있겠는가? 내가 너희들을 위해 춤을 추겠다"라며 고함을 질렀다. 악사는 "신은 연주할 수 없습니다"라며 거절했다. 두 차례나 예를 벗어난 행동에 제동이 걸리자 범소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범소가 불쾌하게 자리를 떠나는 모습을 본 경공은 자리가 끝난 뒤 안영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국인 진나라가 사신을 보내 우리의 정세를 살피고자 하는데 오늘 대국 사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으니 장차 군대를 이끌고 우리를 공격하면 어쩌겠소?"

안영은 침착한 말투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범소가 예의를 모르는 무지한 사람은 결코 아닙니다. 오늘 그 자가 술자리에서 한 행동은 고의로 우리의 군신관계를 시험해본 것입니다. 우리가 그 자의 수에 걸려들 수는 없지요. 그래서 제가 일부러 대왕의 잔을 그 자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경공이 이번에는 악사를 향해 왜 요청한 곡을 연주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에 악사는 "성주의 악곡은 주 천자의 것으로 국군을 위해 반주할 뿐입니다. 범소가 신하로서 감히 천자의 곡을 요청한 것은 예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연주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자기 나라로 돌아간 범소는 바로 평공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지금으로서는 제나라를 공격할 수 없습니다. 제나라는 군주와 신하가 한마음으로 뭉쳐 있는데다 지혜롭습니다. 술자리에서 제가 그 국군에게 모욕을 주자 안자가 바로 나서 저를 저지했고, 제가 예제를 무시하자 악사가 즉각 제 의도를 간파해버렸습니다. 이렇게 볼 때 제나라는 현재 정치가 투명하고 법도가 문란하지 않습니다. 신하들은 용감하고 상황을 잘 헤아리고 있습니다."

안영의 높은 통찰력과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외교 수완에 대해서 공자도 높이 칭찬했다.

안자는 춘추시대에 살았다. 따라서 그의 사상과 정치적 주장 그리고 모략은 춘추시대라는 시대적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자는 평생을 정치에 종사하면서 뛰어난 재능과 풍부한 지모()를 발휘했고, 늘 공평무사하게 혼신의 힘을 다해 나라와 군주에 충성했다. 또 백성을 위하는 일을 천명으로 여겼다. 특히 외교에서 커다란 성과를 남겼다. 그의 명성과 업적은 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인물소개 안영

기원전 6세기에 활약한 안영은 외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아가서는 정치와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그는 외교가 정치의 연장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이해했던 선구적 모략가였다. 또 외교에서 가장 필요한 유연한 자세와 날카로운 언변의 활용으로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여기서는 안영의 지혜를 잘 보여주는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제나라 경공은 요란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했다. 그의 주변에는 이른바 '제나라 3걸'로 불리는 세 명의 용사가 늘 따랐다. 이들은 경공의 총애를 믿고 멋대로 횡포를 부리는 등 그 피해가 여간 큰 게 아니었다. 이에 안영은 이들을 징벌하기로 결심했다.

이때 노나라에서 국군이 방문했다. 안영은 상국의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했는데, 세 용사는 칼을 찬 채 회랑 아래서 키득거리며 안영을 본체만체했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안영은 뒤뜰에 복숭아가 익었으니 몇 개 따서 안주로 삼자고 제의했다. 경공은 흔쾌히 허락했고, 안영은 시종을 시켜 한 접시 따오게 했다. 이 복숭아는 희귀종이라 열매는 많이 열리지 않았지만 크기가 쟁반만 하고 색과 향이 여간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맛을 본 두 나라 정상은 침이 마르도록 맛을 칭찬했다.

이래저래 중요 인사들이 하나씩 맛을 보고 나니 쟁반에는 두 개가 남게 되었다. 안영은 경공에게 세 용사에게 내려 노고를 치하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했다. 그러면서 노나라 국군도 계시고 하니 제나라 용사의 위풍과 솜씨를 한번 자랑하게 하자고 했다. 경공은 신이 나서 세 용사들을 불러서는 각자가 세운 공을 자랑해서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되는 자에게 이 귀한 복숭아를 상으로 내리겠다고 했다.

세 용사는 우쭐거리며 각자의 공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판정을 맡은 안영은 앞 두 용사에게 상으로 복숭아를 내렸다. 그러자 복숭아를 받지 못한 나머지 한 용사가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검으로 자살했다. 그러자 두 용사도 자신들은 죽어도 함께 죽자고 맹세한 형제 사이라면서 역시 자결했다.

이렇게 해서 안영은 복숭아 두 개로 골치 아픈 세 용사를 제거했다. 이것이 저 유명한 '이도살삼사()'라는 성어의 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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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6 안철수 의원님 사드배치 입장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7323   흑묘
1685 즐거운 설되세요~ 6237   대한민국사랑
1684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고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1 14619 2017.04.10(by 알토란하하) 막사니
1683 안철수 의원님 아무레도 선관위가 수상 합니다. 8040   흑묘
1682 우리에게는 안철수가 필요합니다. 8239   혼란과희망
1681 안철수 의원님에게도 핵심적인 지지층과 색깔이 필요 하다고 느꼈습니다. (제 2차 수정) 1 6297 2017.01.21(by 대한민국사랑) 흑묘
1680 활동 부탁 드립니다!^^ 7410   꽃길만걷자
1679 안철수 의원님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의 지지율이 수상 합니다. 7630   흑묘
1678 안철수 의원님 환경단체 들의 표 잡기와 신인 정치인들 늘리기 5941   흑묘
1677 조용히 응원합니다 5487   밀크쿠키
1676 철수님 눈치가 없네요...당신은 저번선거에서 통이되서 대통령이 되었어야합니다.. 8106   거지대왕
1675 안철수 의원님 '국민의 당의 안철수 의원 님의 미래를 위한 당의 개혁이 필요 하다.'고 봅니다. 6457   흑묘
1674 정말 쓰래기같은 정치권 슬프게하네요 1 12693 2017.01.03(by 성군안철수) 너무슬프다
1673 저는 반기문 UN 사무총장 님과 문재인 의원 님의 지지율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6502   흑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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