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 봉사단체에서 갑으로 착한 아저씨의 집을 상큼하게 고쳐주고 ,도배까지 깔끔하게 해줬다고 해서 구경을 갔다.
내가 정리해 주고 털어내 준 덕분에 더 잘 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 하시지만
그러면서도 다시 예전의 정리되지 않고 바닥이 끈적거리는 상황은 아저씨의 아흔이 다 된 연세와 ,
워낙 그렇게 깔끔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었노란 고집이 남아 있어서 ,그리고 시력이 워낙 안 좋으신 면도 있기에...
벌써 여기저기 흩어져 있긴 했지만,
가끔은 찾아 뵙고 살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왔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봉지 하나를 들고 오셨는데,
그 안에 귤이 열 개쯤 들어있었다.
사양을 하려니 받아두라시며,그 고마운 사람들 주려고 한 박스 사다뒀는데,
일을 마치자마자 후닥닥 달아나는 바람에 혼자서 다 드셔야 하는데,벅차서 조금 덜어왔으니 맛있게 먹으라시며 가신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하고 아저씨의 뒤통수에 버럭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받았는데...
잠시 볼 일을 보려 근처에 마악 나섰는데 아버님의 전화벨이 뜬다.
얼른 받았더니 가게 앞에 와 있는데 어디갔느냐신다.
후닥닥 발길을 돌려 가 보니 어머니까지 와 계신다.
장사는 어쩌시고 어인 일이시냐고 여쭈니,안성 일죽의 할아버지 묘에 다녀가다가 들렀다고 하시며 ,
강화도 특산품인 순무 김치와 김장 김치를 김치통 그득 차에서 내리신다.
두 분 모두 건강하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차를 한 잔 마시며 서로의 근황을 나눈 후 장사도 그렇고 교통 혼잡도 우려하셔서 서둘러 가셨는데...
헉!이건 무슨 시튜에이션?
가끔 가래떡 하면 한 봉지 갖다 주시고,당신이 직접 농사 지으신 것도 나눠주시던 고객이 ,
김치 좀 가져왔다며 김장을 한 다섯 포기쯤은 됨직한 봉투에 담아 내려놓으신다.
김치 냉장고도 없어서 아이스박스를 있는대로 동원해 나눠 저장하고 먹는데...
이미 잘 하는 집에서 사서 보내준다는 친구에게 서둘러 전화를 했다.
마음으론 따스이 받은 걸로 할테니 계획 취소하라고...
친구가 못내 아쉬워했지만 둘 데도 없는 김치를 마구 갖다 뭐할 것이며 그 친구도 넉넉치 못한데 매년 사서 보내줬었기에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덜고자 서둘렀던 것이다.
친구야!고맙다!
아저씨들 고맙습니다.
부모님 고맙습니다!
과거 못 살던 시절,연탄 한 이백 장 들여놓고,김장하면 뿌듯해 했던 어머님들의 마음인 듯 행복하고 푸짐한 하루였다.
따뜻한 밥을 지어서 김치만으로 화려한 정찬을 대신해야 할 것 같은 하루다!
나는 행복하다!!!!